“못 구할 악기가 없고, 못 고칠 악기가 없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 바로 옆에 위치한 낙원상가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특히, 낙원상가는 ‘세계 최대 악기 상가’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바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악기상가다. 2층과 3층에 걸쳐 300여 악기 전문점들이 들어서 있으니, 악기 품목만을 취급하는 상가로는 그 어디와도 비교하기 힘든 규모다. 여기에 더해 4층과 5층에는 악기 관련 사무실들과 합주연습실, 야외 공연장(아트라운지 멋진하늘)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낙원상가의 역사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낙원동, 익선동, 인사동 등 종로 일대는 조선시대 술집과 기방 등 여흥문화가 자리하고 있던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자연스럽게 먹거리와 주막, 그리고 기방들이 생겨났던 것. 이 일대의 이와 같은 문화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도 유명 사교클럽 등으로 이어지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음악인들과 연예인들이 오가게 됐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 속에서 낙원상가는 1965년 낙원동시장 재개발 계획과 1967년 서울시 도심부 재개발사업 중 하나로 건립계획이 수립돼 1969년 연면적 4만3207.88㎡, 지하1층~지상17층 규모의 주상복합상가로 조성됐다.

사실 원래 낙원상가는 양품점과 가구점 등이 오히려 더 많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 밴드와 통기타 음악이 붐을 이루자 악기 수요가 커지면서 종로2~3가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악기 상점들이 낙원상가에 합류 했고, 1979년 ‘탑골공원 담장정비사업’으로 피아노 상점들이 입주하면서 낙원상가는 본격적으로 악기전문 상가로 발전했다.

1980년대에는 통행금지 해제와 맞물려 심야 무대도 활성화됐었다. 무대의 활성화는 밴드와 악사 및 악기의 수요를 증가시켰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낙원상가로 모여들었다. 악사들이 가장 많이 모이던 당시에는 하루에 300~500명 정도가 낙원상가를 채웠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1990년대 초반에 심야영업시간 단축과 유흥업소 단속으로 악사 인력시장이 위축된 데 이어 1990년 후반 외환위기와 노래방 기계의 보급 등으로 현재는 악사 인력시장의 기능은 거의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낙원상가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악기상점으로서,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혼재돼 있던 모습에서 온전히 악기상점들로 재편되는 길을 지속적으로 걸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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