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권은지 변호사

[지역주택조합 사업 바로 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권은지 변호사

∥ 문제의 소재

지역주택조합은 장기간 진행되는 사업으로 조합원들의 적극적 지지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사업의 특성상 조합원이 자발적 의사로 조합을 탈퇴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조합의 입장에서 사업진행을 위해 조합원을 제명해야 할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법원은 “조합원의 행위가 정상적인 조합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판단될 경우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유 및 절차 등이 문제되는 바 이하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 대한 제명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경우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조합원 제명사유에 대한 판단

가. 관련규정 및 판례의 태도

조합원 제명이란 ▲조합원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기타 지역주택사업 수행 상 불가피한 경우 등 조합정관이 정하는 제명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주택법에서는 지역주택조합에 있어 제명 등의 사항은 조합규약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법 제11조 제7항 및 영 제20조 제2항), 지역주택조합 표준규약에 따르면 조합원이 ▲부담금 등을 지정일까지 2회 이상 계속 납부하지 않거나 ▲조합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사업추진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 등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조합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대의원회 또는 총회의 의결에 따라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제명 전에 해당 조합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도록 하면서, 소명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명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규약 제12조 제3항).

조합원 제명은 조합이 당사자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인 바 조합 집행부가 자신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을 의도적으로 제명하거나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잘못 사용될 여지가 충분하므로, 그 제명사유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에 판례는 “지역주택조합에서의 조합원 제명은 그 조합원의 행위가 정관상 제명사유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제명 외에 달리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제명이 조합원의 의사에 반해 그 조합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제재인 만큼 그 조합원의 행위가 단체의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제명이 불가피할 정도로 단체구성원의 공동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돼야 한다”고 봐 “조합원 제명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므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고, 조합원에 대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3다69942 판결).

또한 같은 논지에서 법원은 “오히려 조합임원 또는 조합장이 정관 소정의 제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원의 제명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위 임시총회에서 제명결의를 성립시킨 경우에는 위 조합임원 또는 조합장은 위 조합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7. 9. 5. 선고 96다30298 판결).

 

나.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제명에 관한 구체적 사안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는 사유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조합원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업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 ▲조합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위법행위를 한 경우 ▲조합원으로서의 권리행사의 정도를 넘어 사실상 조합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등이 문제될 수 있다.

법원은 대체적으로 조합원이 조합에서 요구하는 추가 분담금을 납입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사업이 지연돼 중도금을 내지 않겠다고 한 조합원에게는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업에 현저한 지장을 줬다고 판시하고 있다. ▲조합이 계약금 납부를 독촉했으나 해당 조합원이 이에 응하지 아니했고, 조합이 소명기회를 부여한 후 결의로써 제명한 사안(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 3. 10. 선고 2019가단66740 판결) ▲해당 조합원이 적법한 결의에 따른 추가 분담금을 지정된 납부기한까지 2회 이상 계속 납부하지 아니하자 임시총회 이후 위 임시총회의 위임에 따라 대의원회의 적법한 결의를 거쳐 조합원의 분담금 미납을 이유로 제명한 사안(부산고등법원 2020. 10. 22. 선고 2019나56206 판결) ▲분담금 미납 등은 조합 사업에 피해를 주는 행위이고, 이에 따라 해당 조합원을 제명하기로 하는 대의원회 의결 및 이에 따른 제명을 인정한 사안(울산지방법원 2021. 10. 5. 선고 2020가단122665 판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위와 같이 추가 분담금을 2회 이상 연체해 제명 사유가 명백한 조합원의 경우에도 조합이 해당 조합원에게 적법한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때에는 제명처분이 절차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가 된다고 판시(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 29. 선고 2012가합78837 판결 등)하는 바 이 경우에도 절차적 적법성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

한편, 다수의 사건에서 조합원이 조합과 조합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을 통해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도 제명사유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된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조합원이 조합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다소 부정적인 표현 등을 통해 밝히더라도, 조합원의 주된 동기는 타 조합원들의 권익과 복지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고 보아 “해당 조합원의 행위가 조합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위법행위이거나, 조합원으로서의 권리행사의 정도를 넘어 사실상 조합의 업무를 방해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대구지방법원 2021. 3. 25. 선고 2020가합202733 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0. 8. 27. 선고 2019가합10992 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0. 5. 20. 선고 2019가합8773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9. 9. 18. 선고 2019가합41856 판결 등 참조).

즉, 조합원이 조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적이 있으나, 그 동기와 목적, 내용, 방식 등에 비춰볼 때 ▲조합원의 행위가 조합의 사업수행이나 조합 임원들에 대한 견제를 넘어 사업 공동의 본질을 상실시키고 조합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합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조합의 사업수행이나 임원들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이는 점 ▲조합원이 조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내용들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그것에 사실과 다소 다른 부분들이 있더라도, 조합원의 주된 동기는 조합원들의 권익과 복지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 결어

법원은 조합원들에 대한 제명사유 등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고, 표준규약에 따르더라도 조합원의 행위가 단순히 조합 사무를 방해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조합원 제명사유에까지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법원은 대체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조합원 제명사유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사업진행에 필수적인 분담금 등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조합원이 조합원들의 커뮤니티 등 공개된 곳에서 조합과 조합 사업을 비방하는 글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제명사유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합원으로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및 의무불이행 등으로 조합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에 조합 내부 결의에 따라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조합으로서는 문제가 된 조합원으로 인해 실제 조합 사무가 방해됐는지, 조합에 발생한 피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 사업진행에 어떠한 혼란이 발생했는지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조합원에 대한 소명기회 부여 및 조합 총회 결의 등의 제명절차 역시 준수해야 한다. 명백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조합원을 제명할 경우 제명된 조합원들로부터 오히려 손해배상 책임 등을 추궁당할 수 있는 바 조합원 제명에 있어서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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