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토지등소유자 수 늘리기 위한 증여분, 산정시 제외해야”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증여 등의 방식으로 지위를 얻은 토지등소유자 등은 토지등소유자 수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

제주지방법원은 최근 재건축이 예정된 아파트에 인접한 토지(비주택단지) 소유자가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가족들에게 증여 후, 가족들 명의의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해 받은 조합설립 인가처분에 대해 위와 같은 취지에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사정은 이렇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017년 5월 16일 당시 재건축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던 A구역 추진위원회를 사업시행예정자로 해 정비구역을 지정·고시했다.

A구역에 포함된 토지는 총 다섯 필지였는데, 그 중 두 필지는 주택단지에 속해 있고 나머지는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하 비주택단지)에 속해 있었다.

한편, 비주택단지 내 토지소유자 B씨는 가족 5명에게 본인 소유 토지를 분할 증여, 2018년 7월 27일 소유권(지분) 이전 등기를 마쳤으며, A구역 추진위원회는 동년 8월 2일 B씨 및 토지를 증여받은 B씨 가족들(이하 B씨 등)과 ‘B씨 등은 각 토지와 이 사건 건물을 재건축사업에 제공하고, 조합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향후 신축할 건축물중상가 90평 및 아파트 85㎡ 5세대와 59㎡ 2세대를 대물변제 조건으로 부담금 없이 무상제공 한다’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

이후 A구역 추진위원회는 2018년 12월 6일 B씨 등으로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아 제주시청에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고, 제주시청은 동년 12월 31일 조합설립을 인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와 같은 조합설립 인가를 무효로 봤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먼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9년 4월 23일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 및 동법 시행령이 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요건으로 일정 토지등소유자 및 토지면적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토지등소유자 산정 요건을 규정한 것은 재건축조합 설립과 같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에 편법 또는 탈법적인 방법으로 토지등소유자의 수를 증가시켜 동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토지등소유자의 진정한 의사를 재건축사업에 반영하려는 취지”라며 “오직 조합설립의 동의 요건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지분 분할, 증여 등의 방식을 통해 형식상 토지의 공유자 내지 소유자가 된 자는 토지등소유자의 수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위 도시정비법령 조항에 따라 산정한 이 사건 정비구역 비주택단지의 토지등소유자는 당초 3인에 불과했고, 원고는 이 사건 정비구역 지정에 반대했던 만큼 A구역 추진위원회로서는 이 사건 증여와 합의가 없었다면 도시정비법 제35조 제4항의 동의 요건(비주택단지 토지등소유자의 3/4이상 동의)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 ▲B씨 등은 이 사건 증여에 따른 소유권(지분)이전등기를 마친 후 불과 6일 뒤에 합의를 체결했고, 동의서 제출의 대가로 추진위원회로부터 다른 조합원들과 달리 신축될 건물을 관리처분계획에 의하지 않고 제공받기로 약정한 점 ▲B씨로서는 위와 같이 참가인에게 우호적인 토지등소유자를 인위적으로 확보해주고 부당한 반대급부를 얻는 것 외에 이미 이 사건 정비구역에 포함된 부동산의 각 일부를 가족들에게 증여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지적하고 “이 사건 증여 및 이에 따라 경료된 소유권(지분)이전등기는 A구역 추진위원회가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토지등소유자 수를 늘린 것으로,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재건축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잠탈하기 위한 편법내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따라서 이 사건 증여로 인해 비로소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하게 된 B씨의 가족들은 토지등소유자 수에서 제외돼야 하고, 이를 간과한 이 사건 처분에는 하자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조합 설립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시행할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설정해주기 위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전제일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의 하자는 중대하고, 또 이 사건 증여로 인해 이 사건 정비구역 비주택단지 토지등소유자 수가 증가하게 된 사정은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 달리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지도 않다”면서 “이번 사안은 재건축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잠탈한 경우로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그 하자가 명백하고, 이 사건 처분은 무효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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