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김은미 변호사

 법무법인 현의 ⌜정비사업 법률산책⌟ ▮

 

법무법인(유한) 현 김은미 변호사

∥ 사실관계

서울 소재 A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2010년 7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동년 8월 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와 같이 설립된 A 조합은 2010년 9월 임시총회를 개최해 甲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甲은 입찰보증금으로 40억원을 A 조합에 납입했다. 그런데 구청장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0년 1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고, A조합은 행정소송을 통해 위 취소 처분을 다퉜으나 종국 패소해 결국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이 확정됐다.

이후 해당 정비구역은 사업이 중단됐다가 2019년 9월 창립총회를 개최해 동년 11월 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B 조합이 설립됐다.

그리고, 2020년 9월 甲 시공사는 A 조합으로부터 반환받지 못한 잔여 입찰보증금 13억원에 대해 B 조합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상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의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법원의 재판에 의해 취소된 경우 그 조합설립 인가처분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고, 이에 따라 당해 주택재개발사업조합 역시 조합설립 인가처분 당시로 소급해 도시정비법 상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따라서 당해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이 조합설립 인가처분 취소 전에 도시정비법 상 적법한 행정주체 또는 사업시행자로서 한 결의 등 처분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

다만, 그 효력상실로 인한 잔존사무의 처리와 같은 업무는 여전히 수행돼야 하므로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청산사무가 종료될 때까지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조합원 역시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종전 지위를 유지하며 정관 등도 그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518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8다95885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더해 ▲도시정비법 상 추진위원회의 권한은 조합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칠 뿐이므로(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8291판결 등 참조) 결국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취소돼 추진위원회가 지위를 회복하더라도 추진위원회가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다시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하는 등의 조합설립추진 업무일 뿐인 점(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3두17473 판결 등 참조) ▲반면 시공사의 선정은 추진위원회의 권한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으로(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6298판결 참조), 원고를 시공자로 선정한 결의 또한 이 사건 구 조합의 총회에서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구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 인가처분 취소로 인한 이 사건 보증금의 반환과 관련한 사무는 결국 이 사건 구 조합의 잔존 사무로서, 이 사건 구 조합이 그와 관련한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 여전히 반환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봄이 상당할 뿐, 이 사건 구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취소로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추진위원회로서의 지위를 회복했다고 해 이 사건 보증금 반환 의무까지 당연히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포괄승계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구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취소만으로 이 사건 보증금 반환 채무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포괄승계 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 결론

이 사건은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후 조합의 전신이었던 추진위원회가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는 경우 추진위원회의 동일성에 기초해 구 조합의 채무를 새로운 조합이 그대로 승계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사업이 장기간의 공백기를 가지며 집행부 구성이 변경되기는 했으나 동일한 정비구역에 조합원들의 인적구성이 대부분 동일한 상황에서 추진위원회를 기초로 설립된 새로운 조합 또한 구 조합의 입찰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시공사의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청산조합과 추진위원회의 지위는 민법 및 도시정비법령에 의해 엄연히 구별되며, 조합설립인가의 취소를 이유로 추진위원회가 존립 목적에 벗어나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책임을 부담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추진위원회나 나아가 새로운 조합이 구 조합의 시공사에 대한 입찰보증금 반환 채무를 당연승계 한다는 시공사의 주장은 부당하다. 법원 또한 이와 같은 민법과 도시정비법의 원칙에 입각해 B조합의 손을 들어줬고,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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