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지난해 말, 배우 김부선 씨가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제기하면서 부쩍 관리비 내역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으레 관리비 고지서가 나오면 아무 생각 없이 납부하던 사람들도 이젠 세부 내역을 찬찬히 살피는 등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엄밀히 말해 김부선 씨의 문제제기는, 그녀가 ‘난방열사’로 불리게 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관리비’가 아니라 ‘난방비’에 대한 것이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를 주축으로 벌어지고 있는 ‘비리’에 대한 폭로였다. 물론 ‘김부선 효과’에서 비롯된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관심은 분명 긍정적인 것이지만, 여전히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전용부분과 공용부분에 대한 유지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관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기술, 장비가 필요하다. 이에 입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의 주체인 관리인이 필요하며, 관리인은 공동주택의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입주민에게 부과하게 되는데, 이를 관리비라고 한다.

아파트 관리비는 크게 개별사용료와 공용관리비로 나눌 수 있는데, 순수한 의미에서의 관리비란 공용관리비이다. 김부선 씨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난방비나 전기요금, 수도요금, 급탕비 등은 각 가정이 개별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부과된다. 즉, 여름철에 냉방기를 오래 가동하거나 겨울철에 보일러를 장시간 작동시키면 그렇지 않은 집보다 전기요금이나 보일러 가스요금이 많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관리비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개별사용료이다.

공용관리비는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특성상 유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주택법 시행령 별표5에서는 ‘관리비의 세부내역’을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 유지비, 난방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위탁관리수수료 등 9가지로 분류하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추세에 맞춰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유지비를 추가했다.

공용관리비 중에서는 일반관리비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인건비와 제반 사무비용, 관리기구가 사용하는 전기료나 통신료 등의 제세공과금, 관리용품 구입비와 같은 부대비용 등 실질적인 ‘관리’에 필요한 항목이 모두 일반관리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상 개별세대가 사용한 전기나 수도 요금은 관리비 고지서에 함께 기재되어 발부된다. 한국전력 등 공급자가 관리사무소에 사용량 검침과 요금 부과 등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스요금은 공급자가 직접 검침하여 별도로 고지하는데, 관리비 고지서와 함께 배부되다보니 관리비의 일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다만, 전기나 수도, 가스 사용 중 아파트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공용관리비에 포함돼 전체 사용량을 개별 세대의 면적 등에 따라 안분하여 부과된다. 또, 승강기 유지비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용이 많은 고층이 저층보다 많이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가, 또 ‘나 홀로 아파트’와 같은 소규모 단지가 대규모 단지보다 ㎡당 관리비가 조금 높다. 대도시가 다른 중소도시보다 높은 것은 아파트의 품질 자체가 다르다 보니 유지비용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 또 소규모 단지가 높은 것은 대단지와 마찬가지로 전기기사, 열관리기사 등 공동주택에서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관리비가 비수도권 이외의 지역보다 높고 대도시가 비도시 지역보다 높은 편이며,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같은 권역 안에서도 아파트 가격과 소득이 높은 지역의 관리비가 높다.

참고로 올해 7월 기준 공용관리비의 전국 평균은 ㎡ 874원인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공용관리비가 가장 비싼 서울 강남구 H아파트는 3.3㎡당 1만7874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관리비는 아파트 수만큼이나 가지각색의 기준과 천차만별의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과연 내가 내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가 적정한지, 절약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관심’이다. 아파트 관리비의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 무관심에 있으므로 주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안 좋은 예만 보고 무턱대고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게 아니라, ‘우리 집, 우리 단지’라는 의식을 갖고 평소부터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살림살이를 꼼꼼하게 지켜보고 참여하는 것이 관리비를 절약하고, 무관심이라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도 낯설기만 한 관리비 내역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국토부가 운영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을 수시로 방문해보자. 이 시스템은 국토부가 전국 아파트 단지의 정보와 관리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동시에 공동주택관리운영을 감독하기 위해 구축한 것으로 지난해 ‘국민들에게 가장 유용한 공공정보 10선’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비 공개항목을 47개로 세분화해놓은 시스템을 통해 다른 단지와의 관리비 비교, 난방 등 항목별 평균정보 등 유용한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끝으로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기수선충당금은 말 그대로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하에 부과하는 것으로 납입주체는 ‘소유주’이다. 다만, 관리비에 포함되어 부과되다보니 세입자이면서 장기수선충당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될 때는 관리사무소에서 그동안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 내역을 받아 집주인에게 꼭 환불받아야 한다.

그리고, 관리비 내역에 ‘잡수익’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재활용품 판매나 일일장터 개최 등에 따른 공동수익을 말한다. 금액이 크지 않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니 그 사용처에 대해서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10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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