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진 김종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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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조권의 의의

일조권이란,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남쪽 토지에 건물 등의 신축으로 인하여, 기존에 있던 북쪽 건물에 비치는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햇빛은 겨울철 거주지의 온도를 높여주는 열효과, 주거환경의 밝기를 높여주는 광효과, 거주자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생리적 효과 등의 장점이 있다. 이러한 사실상의 효과에 대하여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일조권이다. 일조권이 독립적인 권리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나, 판례도 일조권 침해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소유권 등 물권자들 사이의 특수한 불법행위의 한 형태로 일조권침해를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실무이다.

 

2. 일조권 침해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요건 - 위법성(수인한도)

실무상 일조권 침해를 불법행위책임의 한 형태로 보고 있으므로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서는 ① 손해의 발생 ②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③ 일조 방해 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④ 위법성 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는 감정 등을 통하여 판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가해자의 과실은 추정되므로, 문제는 위법성(수인한도)이다.

현재 고층 건물 밀집 지역이 많은 상황에 비추어볼 때, 어느 정도의 일조 방해는 이웃 간 상호 수인을 필요로 하므로 그 한계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일조권의 침해로 보고 있다. 이를 바로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표현한다. 즉, 건물 신축행위가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그 일조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며, 이는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한편 건축법 제61조 등에서는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법상의 규정을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일조권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을 수 있다. (대법원 98다23850판결 등 참조)

수인한도의 판단기준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시간인데, 1년 중 일조시간이 가장 짧은 동지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동지일을 기준으로 9시부터 15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동지일을 기준으로 8시에서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최소한 4시간 정도 확보되는 경우에는 이를 수인하여야 하고, 그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일조 침해의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94나11806호 판결 등 참조)

 

3. 일조권 손해배상 청구의 당사자

(1) 원고

일반적으로 피해건물의 소유자가 원고(채권자)가 된다. 매매대금 완납 후 거주하고 있으나 절차상 문제로 아직 등기를 하지 못한 경우도 원고가 될 수 있으며(서울고등법원 99나13555판결 참조), 일조방해가 있기 전 피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만 가능하고, 일조 방해가 있은 후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이미 해당 손해가 매매대금에 반영된 것으로 보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전소유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는 것은 가능하다(서울고등법원 2004나37999판결 참조). 임차인, 전세권자 등 건물의 소유자는 아니더라도 계약상 관계에 의하여 실제로 거주하는 자도 원고가 될 수는 있으나, 임차인 등의 경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므로, 그 손해액도 위자료로 한정된다.

(2) 피고

일반적으로 건축주가 피고(채무자)가 된다. 따라서 재건축조합 등은 피고가 될 수 있다. 재건축조합 외에 그 조합의 조합장과 이사들도 연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1심 판결이기는 하나, 원고들에게 아파트를 분양한 재개발조합 및 그 조합의 조합장과 이사들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예가 있다. (99가합62437; 단 위 사건은 항소심에서 합의가 되어 원고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종결됨)

수급인(시공사)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없으나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주체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즉 건물 건축공사의 수급인은 도급계약에 기한 의무이행으로서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일조방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없지만, 수급인이 스스로 또는 도급인과 서로 의사를 같이하여 타인이 향수하는 일조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당해 건물이 건축법규에 위반되었고 그로 인하여 타인이 향수하는 일조를 방해하게 된다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이를 모른 채 건물을 건축한 경우,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수급인도 일조방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대법원 2004다38792 판결).

 

4. 손해액 산정

일조권 침해로 인하여 예상되는 재산적 손해는 부동산 가치의 하락, 영업 이익의 감소, 치료비 증가, 광열비 등의 지출 증대 등이 있다. 그 중 부동산 가치의 하락은 일반적으로 ‘시가 하락액’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즉, 가해 건물 완공 전의 시가와 일조권 침해가 확정(일반적으로 가해건물의 외부골조가 완성되었을 때를 말한다)된 후의 시가의 차액이 그 ‘시가 하락액’에 해당한다. 다만, 일조 방해가 발생한 후의 피해 건물의 시가가 당초 분양받은 금액에 물가상승률이나 예금금리를 감안한 금액보다 높게 유지된다고 하여 일조 방해로 인한 가치 하락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98다23850 판결 참조).

한편, 일조방해가 수인한도 내의 범위에 있다면(연속 일조시간 2시간, 총 일조시간 4시간 중 어느 하나만 만족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시가하락이 있더라도 가해건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5. 복수의 가해 건물에 의한 일조권 침해

만일 가해 건물들이 동시에 또는 거의 같은 시기에 건축되었고, 피해 건물에 대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 침해를 발생시킨 경우, 각 가해건물들이 피해건물에게 일조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손해 전부에 대하여 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05다47014 판결 참조). 가해건물이 신축되기 전부터 있었던 일조방해의 정도, 신축건물에 의하여 발생하는 일조방해의 정도, 가해건물 신축 후 위 두 개의 원인이 결합하여 피해건물에 끼치는 전체 일조방해의 정도, 종전의 원인에 의한 일조방해와 신축건물에 의한 일조방해가 겹치는 정도, 신축건물에 의하여 발생하는 일조방해시간이 전체일조방해시간 중 차지하는 비율, 종전의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일조방해시간과 신축건물만에 의하여 발생하는 일조방해시간 중 어느 것이 더 긴 것인지 등의 사정을 고려한다(대법원 2008다23729 판결 참조).

만일, 기존 건물로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조방해가 있었는데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타인 소유의 인접 건물이 신축되고, 그 두 건물로 인하여 생긴 일영이 결합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가 문제된다. 판례는 피해 건물의 소유자는 당초 기존 건물로 인한 일조방해는 수인할 의무가 있었으므로 기존 건물로 인하여 당초 발생하였던 일조방해의 범위 내에서는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8다23729 판결 참조).

그러나 기존건물에 의한 일조 방해에 대한 책임까지 신축 건물의 소유자에게 전부 부담시킨다면 이미 있던 기존 건물로 인한 일조방해까지 자신의 전적인 책임으로 인수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할 것이다. 따라서 판례는 기존 건물로 인한 일조방해의 정도, 신축건물에 의하여 발생하는 일조방해의 정도, 가해건물 신축 후 두 개의 원인이 결합하여 피해건물에 끼치는 전체 일조방해의 정도, 기존 건물로 인한 일조방해와 신축건물에 의한 일조방해가 겹치는 정도, 신축건물에 의하여 발생하는 일조방해시간이 전체 일조방해 시간 중 차지하는 비율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신축건물 소유자의 손해배상책임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08다23729 판결 참조).

 

6. 일조권 침해로 인한 공사금지가처분

만일 일조권 침해가 현저하여 사후의 금전 배상만으로는 손해의 전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공사 중지를 청구할 수도 있다. 공사 중지 신청은 피해 건물의 소유자인 경우에 가능하다. 만일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 등에 불과하다면, 일조권 침해를 예상하고 입주하였거나 일조권 침해가 없는 다른 건물을 임차할 수 있었으므로 공사금지 가처분은 인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공사금지가처분의 상대방, 즉 피신청인은 대개는 실제 시공을 하는 시공자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고 건축주 및 시행자를 공동 피신청인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공사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 건축주로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의 행사 자체가 전면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인한도’ 및 ‘위법성’ 판단에 대하여 법원은 더욱 엄격하게 보는 입장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2카합2980결정). 예외적으로, 일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나, 이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 그 방해배제나 예방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되는 권리는 소유권 또는 인격권으로 양자가 동일하므로,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한 공사금지가처분의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보다 그 피보전권리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볼 특별한 근거가 없다고 하여 동일하게 본 판례도 있다(울산지방법원 2006카합702 결정).

많지는 않지만, 일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공사중지가처분인 인용된 경우가 있다. 공사가 중지된 경우 건축주로서는 불측의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설계단계부터 일조권 침해에 대해서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처분 사건은 본안 사건에 비하여 재판부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송파헬리오시티 관련, 인근의 송파 동부 센트레빌 아파트 주민들이 가락시영아파트재건축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헬리오시티 501·503·509·510동의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일부 인용을 하였다. 감정결과에 따르면, 현재 동부센트레빌의 하루 연속 일조시간(동지일 기준)은 2시간 이상이었고 총 일조시간은 4시간 이상이지만, 헬리오시티 공사가 완료되면 총 일조시간이 1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재판부는 "조합은 일조방해를 설계에 반영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지만 대책과 보상에 대해 공식적인 협의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면서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에 영향을 미치는 헬리오시티 503동 3, 4호 라인 층수는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10층 이하로 공사의 범위를 제한했다.

 

7. 신축 건물들 간 일조권 침해

일조권이 기한 손해배상은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 사이의 분쟁이지만, 신축 건물들 사이에서의 일조권도 문제된다. 의왕포일지구의 경우, 여러 단지에서 재건축 내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는데, 그 중 A재건축조합이 먼저 사업승인인가를 받았으나, 중간에 시공사 등과 분쟁이 발생하여 약 2년간 공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아직 공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A조합보다 늦게 사업승인인가를 받은 인근의 B재건축조합이 먼저 준공 입주를 완료하였는데, B재건축조합이 신축한 건물에 입주한 구분소유자들이 A재건축조합 및 시공사를 상대로 일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책임을 제한하기는 하였으나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도 있다(안양지원 2013가합5218 판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는 판결이라고 여겨지나, 그만큼 법원이 일조권에 대해서는 생존권의 문제로 취급하면서 그 법익을 중시하는 경향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신축 단지 내의 건물들 사이의 일조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단지 내에 동시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경우, 현재 판례의 입장에서는 일조권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지만, 재건축 조합원의 입장에서, 추첨에 의하여 동호수를 지정받게 되는데, 추첨이라는 우연한 사안에 기하여 일조권이 침해되는 건물에 입주해야 한다면, 재산적 손해뿐만 아니라, 생존권도 침해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조권이 침해되는 건물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야 하고, 건물에 대한 분양가 산정 시 일조권 침해에 대한 감가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조합원 분양호수 추첨 시 일조권 침해건물에 대한 추첨 조건을 별도로 규정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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